이번엔 라노벨 리뷰다.
꽤 오래 전에 첫 권을 데었던 작품이 이제야 완결났다.
중간에 긴 휴재가 있어서 수 년? 만에 완결이 난 것 같은데, 간만에 몰아 읽느라 힘이 좀 빠졌다.
라노벨 쪽에 관심 있는 사람 치고 이 작품을 모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높은 퀄리티의 소설 자체도 큰 유행을 탄데다, 그를 토대로 제작된 애니메이션도 대 히트를 쳤다.
아마도 근 수 년 내에 나온 러브 코미디 학원물 중에선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용은 다소 우중충한 성격의 주인공이 봉사부라는 곳에 들어가 부활동을 하며 시작된다.
그 부활동을 통해 주요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동시에 고민 있는 교내 학생들의 문제를 물심양면으로 해결해주는 것.
그렇게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친구들과도 긴밀한 관계로 엮이고, 다투고, 소원해지고, 화해하고 등등... 그런 학교 생활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 러브 코미디 장르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얼핏 보면 평범한 양산형 학원물과 별다를 바 없는 스토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의 비범한 필력과 캐릭터 조형 능력-그리고 일러스트-이 그에 더해진 결과, 자칫 그 식상할 뻔했던 플롯은 오히려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로 거듭나게 될 수 있었다.
우선은 앞서 언급하기도 한,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질 정도로 생생했던 장면 묘사 능력을 첫째로 주목하고 싶다.
활자로 어떤 장면을 세밀히 묘사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영상 매체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게 사실일 테니까.
하지만 작중 내에서 줄곧 언급되던 배경과 분위기 따위의 묘사들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면 어렵지 않게 그 세계관에 동화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정성이 가득한 서술들이었다.
이러한 요소는 분명 독자로 하여금 몰입감을 더해주게 하는 좋은 강점임이 분명할 것이다.
둘째로는 역시 앞서 언급했던 캐릭터 조형 능력이다.
이건 종종 일본의 라노벨을 볼 때마다 실감했던 점인데, 어떤 작품이든 간에 전체적인 흥망은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를 묘사해내는 능력 만큼은 하나같이 평균 이상은 해내는 듯한 느낌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특히나 이 이야기 같은 경우는 그러한 부분에 있어 발군의 수준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자칫 우중충하게만 보일질 수 있는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위트 있는 독백들로 입체감을 더했고, 다른 핵심 인물들까지 살펴보자면 과연 이게 한 사람이 쓴 글이 맞나 싶을 만큼 다채로운 특색들이 또렷하게 조형되었다.
근래 봤던 소설을 되새김질 해봐도, 이 정도로 훌륭하게 캐릭터를 조형해낸 글들은 몇 없었던 같다.
모르긴 몰라도 이 부분이 작품의 흥망성쇠를 결정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셋째로는 조금 외람된 부분이긴 한데, 이 글을 번역한 번역가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의 글을 읽다 보면 다소 이해하기가 난해한 드립들도 종종 튀어나오곤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을 때면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번역가의 주석이 달려 있어 어렵지 않게 그 드립들에 미소짓곤 했었다.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이건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일 것이다.
드립을 설명하는 것만큼 심심한 일이 또 없는데, 하물며 원문이 가진 그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번역을 해내는 일은 정말이지 각별한 노력과 식견이 따라야만 하는 작업이다.
최근 모모모 영화의 유명한 번역가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번역가의 자질이 부족하면 중요한 대목이나 드립 따위가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이 글을 보는 동안엔 그러한 경험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같았다.
오히려 이걸 이렇게 번역해서 살리네, 따위의 감탄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아, 아마도 상당한 덕력(...)을 갖춘 분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쉬운 점이 아예 없었던 건 또 아니다.
중후반? 부터 느꼈던 위화감인데, 어째서인지 작중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정체성이 미묘하게 방향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전까지 잘 유지되어 왔던 작품 특유의 그 분위기가 살짝 변질되어 갔다고 해야 하나.
갈등의 소재들을 좀 더 이전에 전개된 이야기들과 맥락있게 엮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긴 기간 동안 휴재를 하다 연재가 재개된 작품이라 그런지, 흐름이 끊긴 까닭에 생긴 위화감일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위에서 언급한 위화감이란 문제에서 파생된 단점이다.
개인적으로 꽤나 흥미로웠던 전반부의 갈등과 달리, 후반부 전개에서부터 갑작스레 방향성을 달리하고 야기된 갈등의 성격은 정말이지 적잖게 짜증스러웠다.
요즘 말로 고구마 전개가 참 답답해서 인내하기가 힘들었다는 뜻이다.
'어떤 한 캐릭터'가 자꾸 사사건건 주인공네 관계들을 엉망진창 휘저어 놓는 것이 그 원인이었는데, 이 고구마 전개가 그런대로 납득할 만한 문제의 갈등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짜증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별 문제가 아닌 듯한 주인공네의 관계를, 자꾸만 반복해서 문제라며 분탕을 쳐대니까 속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별일도 아닌 걸 문제로 인식하여 기어코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딱 오늘날의 PC들을 보는 느낌이었달까.
일상을 주제로 한 글이 갈등을 뽑아내기 난해하다는 점은 알지만, 굳이 이렇게 되도 않는 문제를 억지로 꼬아버려 납득하기 힘든 전개로 나아가야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분명 작중 분위기와 더 어울리는 방식으로 캐릭터의 서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뭐, 이러나 저러나 대박이라 할 만큼 잘 팔린 소설이다.
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은 당연히 평균 이상은 되는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의 단점들은 옥의 티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본 작품 중엔 가장 분량이 긴 글이었던지라 리뷰도 길어졌다.
총평은, 참 잘 쓴 러브코미디 학원물!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데 아직 보지 않은 글이라면(그런 경우는 희박할 것 같지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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