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서 상당히 잘 나갔던 회사 생활 현판 소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다.
기본적으로 경력이 좀 되신 작가분의 글인 것 같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이 대뜸 로또 1등에 당첨되고서부터 시작한다.
당첨금이 십몇 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인생을 송두리 째 바꾸기에는 애매? 하다는 이유로...
로또 당첨이라는 배경을 뒤에 두고 회사 생활을 계속해간다는 이야기.
사실 소재가 이야기 전체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당첨금이라는 뒷배가 있으니, 좀 더 과감하고 여유 있는 처세를 하게 되었다는 정도?
엄밀히 말해 소재나 설정의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판타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글에 매력이 없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차고 넘친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주인공이 회사 생활을 하며 묘사되는 그 디테일함이다.
꽤 적지 않은 연륜이 쌓여야 묘사가 가능할 법한 사내 정치, 권력 관계, 사업 내용 등등.
보고 있자면 마치 내가 회사 생활을 간접 체험하고 있는 듯 생생한 감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현판은 그러한 요소가 조금쯤은 필수불가결하게 가미되어야 몰입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이야기에 묘사되는 디테일은 가히 여태껏 봐온 글 중의 최고봉이라 꼽을 만한 수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과의 티키타카가 그 다음이다.
얼핏 밋밋한 현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매력적인 캐릭터 묘사가 어렵진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주인공의 적, 동료, 조력자, 선배 등 다양한 유형으로 조형된 캐릭터들은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회사 생활 이야기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낸 훌륭한 조미료가 되었다.
역시 어느 이야기에서나 캐릭터의 조형은 작가의 역량 나름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부분.
나는 어지간하면 현판 장르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가 무어 그리 재밌을까 싶기도 했고, 기왕 가상이라면 판타지가 좋지 않은가.
그러나 이 글을 접하고 나서는 그쪽 장르에도 슬슬 눈을 돌리게 되었다.
장르, 배경이 어쨌든 이야기라는 건 결국 보는 이의 어떠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잘 쓴 글에 한한 이야기이겠지만.
딱 하나, 후반에 다소 힘이 빠진 것 빼고는 보는 동안 아주 깊이 몰입해서 읽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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