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하고 있을까 오매불망 기다리던 백수귀족의 신작이 나왔다.
바바리안 퀘스트를 매우 감명깊게 본 나로서는 안 볼 이유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만에 낄낄 웃으면서 본 몇 안 되는 취향저격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검(정확히는 무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귀족가의 하인 출신.
그는 어느날 실수로 제 주인 가문의 자제와 대련을 하다 저도 모르게 그 목을 따버리게 되어 사형 당하나 싶었는데, 때마침 제국 외곽에서 근무하는 특무대장이 손님으로 와 있어 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이후 그의 수하가 된 주인공은 그 재능을 십분 발휘해 제국 외곽에서 출몰하는 마수들과 열심히 싸운다는 내용.
처음 5화 정도를 보고 확실히 느낀 게, 이 글은 요즘 유행하는 웹소설들의 성향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고 있다.
당장 주인공의 캐릭터부터가 그렇다. 1화부터 귀족에게 정신없이 얻어터지고 시작하는 주인공은, 여타의 먼치킨 웹소 주인공마냥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성격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듯한 모습이다.
내용이 점점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랬다. 나름 천천히 성장을 하긴 한다지만, 각종 위험한 갈등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종일관 실실 헤픈 웃음을 흘리는 등 나사빠진 모습을 보여주기 일쑤. 소위 사이다패스들이 말하는 고구마에 가까운 캐릭터이다.
중반부부터는 점점 주인공의 능력이 드러나며 주변의 평가가 쇄신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조연들의 대하는 태도 따위가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는다. 그냥 뛰어난 재능의 나사빠진 망나니를 대하는 정도.
대다수 유행을 타는 웹소에서 모든 조연이 두 손 두 발 들고 주인공을 찬양하는 데 바쁘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확실히 대류를 쫓는 독자들에겐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 같은 그림이다.
물론 단순히 주인공의 보이는 모습에만 집중하면 그런 특징이 두드러질 뿐, 이야기에 몰입하고 갈등이 풀려가는 방식들을 가만 보고 있자면 답답한 성향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시원스러운 글이다. 오히려 천진난만한 기색으로 해맑게 웃으며 적들을 도륙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고구마는커녕 광기가 보일 정도.
예측이 힘든 반전 연속의 사건 전개에, 뚜렷한 캐릭터의 매력 있는 조연들까지. 이야기의 짜임새에 대한 퀄리티를 놓고 논해보자면 현재 연재되는 작품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들리라 확신한다.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아직 완결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 정도.
어지간하면 완결 작품만 골라 보는 편이지만, 백수귀족이란 필명을 보고 달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하루하루 연재분을 기다리는 동안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다.
어쨌든 강추! 역시 명불허전의 이름값을 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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