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드라마는 한 이야기의 호흡이 너무 길어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우연하게 보게 됐다.
다 보고 난 감상은.... 외로운 중년 남성을 위한 전형적인 대리만족 현대판타지라는 느낌.
주인공인 박상훈은 대기업 건설사에 다니는 부장이다. 성실한 태도로 회사에 한몸 바쳐 일하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대한민국 중년 회사원의 전형을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캐릭터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어느날 그에게 의문의 소포가 배송되며 시작된다.
발신자가 불분명한 소포 안에는 현금 오천만 원 상당의 상품권들이 들어있었고, 주인공은 최근 집안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탓에 일단 그것을 슬쩍 챙겨두고 고민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을 하필 파견직 여직원 한 명에게 목경당하게 되고, 그리하여 터무니 없는 오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대충 짐작할 수 있다시피, 위와 같은 상황이 발단이 되어 회사 내 정치 싸움에 휘말린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암투에 휘말리는 이야기는 꽤 흔하게 널려 있는 편이나, 이 이야기는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과 인물 관계 등을 흥미롭게 설정해둠으로써 충분한 공감과 서스펜스를 연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대학교 후배가 상사로 있는 직장 환경, 집에 와도 냉랭하기만 한 아내, 잘 풀리지 않는 형제들의 형편 등 대한민국의 씁쓸하고 꿉꿉한 중년 남성의 생활 환경을 단편적으로나마 잘 나타낸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히 중년 남성에 국한된 공감대를 끌어내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이 중년 남성 회사원이었을 뿐, 본질을 들여다 보면 그를 통해 표현된 주제는 인간 그 자체가 가질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외로움과 고독함이었다.
난 드라마에 영 관심이 없어 이 작품이 대외적으로 어느 정도의 흥행과 어떤 평을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러한 요소가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심심찮게 위로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대리만족의 성격이 짙은 드라마다보니, 그를 위한 판타지적인 요소도 적잖이 엿볼 수 있다. 작중에서 외로움의 상징처럼 묘사되는 주인공 박상훈부터가 그렇다.
집안에는 어려서부터 돈독하게 자란 두 형제가 있어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서 뜨거운 우애를 과시해주고, 한 동네 토박이라 아지트인 단골집 술집에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지기들이 항상 진을 치고 있고, 회사에서는 위아래로 주인공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적잖게 포진해 있는 환경이니.... 그에 더하여 화룡점정으로 물밑에서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주는 어리고 예쁜 여직원이란 판타지의 끝판왕까지 존재한다.
작중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우중충하고 무거운 느낌을 연출해내지만, 이만큼 형편 좋은 대한민국 중년 남성이 과연 얼마나 되려나. 당장 일촌인 부모, 형제, 남매지간의 관계부터가 풍비박산 나 있는 집안도 적잖은 판국이니까....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드라마보다도 더한 환경에 처해 있는 현대인들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외 뭐 자잘하게 눈에 밟힌 단점들을 말해보자면 다소 작위적인 사건 전개, 현실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는 핍진성의 부재, 가끔 너무 힘이 들어가 어색해 보이는 대사들, 그리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주인공의 결말이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종장에 이르러 주인공인 박상훈은 결국 기러기 아빠가 되고 마는데, 아니 꼭 엔딩을 이렇게 냈어야 했나? ㅋㅋㅋㅋ 답답한 중년 남성의 현실을 비현실적인 시원함으로 잘 풀어주다가 왜 갑자기 결말에서 기러기 아빠라는 밑바닥 환경에 처하도록 내던져버린 건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ㅋㅋㅋㅋㅋ 물론 그 생활이 그닥 큰 분량은 아니었던지라 그냥저냥 무시하고 넘어갈 만해도, 한자락 아쉬움이 남는 엔딩이었다.
전체적으로 평해보자면 잘 만든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느낌의 드라마가 흥행 실패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현실이 더 이상 외롭고 고독하지 않다면, 이처럼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도 잘 공감받지 못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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